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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현직 경찰관 김정진 "길 그리고..." 시집 펴내다

안양똑딱이 2018. 12. 13. 15:21

 

현직 경찰관이 30년이 넘는 세월, 누렇게 바랜 노트에 적힌 오래 묵은 일기 같은 글을 추려 한권의 시집을 펴냈다.

"길 그리고 덧없음에 대하여(도서출판 시와문학)" 제목의 시집을 발간한 주인공은 안양에서 오랜기간 경찰공무원으로 일하다 고향인 포천으로 귀향해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김정진(57. 포천경찰서)씨로 오는 22일 오후4시 안양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비문학적 직종으로만 여겨졌던 경찰관이 문단에 등단, 시집을 발간 하기가 쉽지 않으나, 학창시절 부터 문학을 좋아하던 그는 오랜기간 안양에 머물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틈틈이 짬을 내어 시를 썼다.
"시골 초등학교 시절 시를 좋아하는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국어 시간 때마다 시를 낭송하게 하고, 숙제로 시를 써오게 하셨다. 덕분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글을 긁적이던 버릇이 생겼고, 유년시절을 거쳐 청년이 되면서 하나하나 기록한 것을 무슨 일기처럼 남겨두었었다."
이번 시집은 <빠르게 스쳐지나가던 청년의 때> <어느 날, 어떤 하루> <90년, 덧없음에 대하여> <길, 따라가는 기억들> <Epilogue>등 5개로 구분해 75편의 시들이 수록됐다.

특히 <빠르게 스쳐지나던 청년의 때에>에서는 '끝없는 투쟁'(87.5.10) '농산물 개방'(87.8.19) 등 당시 사회상에 모습을 시로 옮겼으며 <90년, 덧없음에 대하여>에서는 '파출소의 하루'(93) 등 그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과 사회, 자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한 어투로 풀어내고 있다.

청년의 시기를 벗어나면서부터 생의 절반을 지켜보아 주고 함께 동행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시집 갈피에 담아보았다는 작가는 이제는 훌쩍 자라서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는 딸과 아들...내가 생의 고비마다 방황은 해도 다시 단단해지게 되었던 이유는 가족이라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작가의 詩 이야기

詩는 인간의 삶과 자연현상을 의사나 감정을 드러내며 운율을 얹어서 표현하는 문학 장르일 것이다. 문학에 대한 전문적 학습이 없는 나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마음이 멈춘 곳에서 만난 단어들을 끌어 모아 조합하는 수준이랄까...
밤하늘의 별, 몰아치는 비바람, 한 여름날의 들꽃, 이른 아침의 안개, 뒷동산 오솔길, 붉게물든 떡갈나무 잎, 장독대에 하얗게 쌓인 함박눈. 그리고 가끔씩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아픈 모습들이 이 어설픈 시의 소재가 되었다.
채소 한 포기를 얻으려면 퇴비를 뿌리고, 밭을 갈아엎고, 씨를 뿌리고, 약을 치고 잡초를 제거하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만 풍성한 수확을 기대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글이라는 씨앗을 뿌리긴 하였어도 약을 치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과정을 건너뛰거나 빼먹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제멋대로 자라 벌레 먹어 숭숭 구멍이 뚫린 아파리도 누군가의 추억 속 갈피가 되듯이 나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 있기에 용기를 내어본다.
시골 초등학교 시절 시를 좋아하는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국어 시간 때마다 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시를 낭송하게 하고, 숙제로 시를 써오게 하셨다. 덕분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글을 긁적이던 버릇이 생겼고, 유년시절을 거쳐 청년이 되면서 하나하나 기록한 것을 무슨 일기처럼 남겨두었었다.
그 지난 세월, 누렇게 바랜 노트에 적힌 오래 묵은 일기 같은 글을 모아 책으로, 시집이라는 새로운 옷을 찾아 입혀주는 어려운 선택을 했을 도서출판 시와 문학 강미 발행인께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한 편씩 직접 워드로 작업하여 모아주고 초고를 정리한 시와 문학 출판사의 김인경 과장의 노고도 적지 않으리라.
무엇보다 내 청년의 시기를 벗어나면서부터 내 생의 절반을 지켜보아 주고 함께 동행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은 이 한 권의 시집 갈피에 담아보았다. 이제는 훌쩍 자라서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는 딸과 아들...내가 생의 고비마다 방황은 해도 다시 단단해지게 되는 이유가 되어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어쩌면 내 삶을 詩的인 여백으로 간직할 수 있었으리라.
수십 년만이라는 무더웠던 지난여름, 그 여름을 밀어낼 만큼 몰아치던 폭우... 이제 가을바람도 스쳐지나고 어느 사이 겨울바람으로 서늘해지고 있다. 이처럼 한 계절들이 수십 번 지나고 중년의 낯빛이 되어서 30여 년 긁적이던 글이 활자가 되어 세상에 나온다니 설렘이 앞서기도 하지만 낯설고 어색할 뿐이다.

그러나 이 어설픈 글들을 나처럼 어설픈 청년 시기를 지나온 나와 같은 누군가가 들여다보아 주고 잠시 머물러 읽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다. 어쩌면 나를 이해하는, 나와 같은 이가 누군가 한 사람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일까... 어쩐지 덜 외로운 느낌이다. 그러니 바라건대, 이 부족한 습작집 같은 노트를 모아서 시집이라고 엮어낸 것을 너그럽게 여겨주시라. 그저 이 유치한 시집이 나의 한 생을 모아 둔 날적이려니 하고 가벼이 읽어주시길. 그리고 모두 자신의 생으로부터 가벼워지시길...

 

이천십팔년 십일월, 늦가을을 닫으며
秋山 김정진 삼가...

 

저자 소개
작가 김정진은 1962년 2월 포천에서 출생했다. 그 해는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발표되고 제3공화국이 탄생하는 계기와 연호(年號)를 단기(檀紀)에서 서기(西紀)로 처음 사용하는 해로 유년시절 소를 몰며 뒷동산에서 뛰어 놀고 새마을운동때는 아침마다 싸리비를 들고 동네어귀까지 쓸기도 하였다.

어린시절 전투기 굉음에 놀라 낮잠에 깨어 마당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고싶은 꿈도 있었지만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학습을 하고 어느덧 공직생활 30여년 훌쩍 넘어서고 5년전 포천으로 낙향하여 땅을 일구며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은미의 ‘찔레꽃’노래를 좋아하며 인간의 한계점을 시험하고파 풀코스마라톤을 세 번을 완주한바 있으며 평범한 나무가 산을 지키듯 소리없이 산을 내려오다 발견한 들꽃처럼 그냥 사람들속에서 있는듯 없는듯 살고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