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문원식]안양의 문화정체성 확립을 위한 제언

안양똑딱이 2016. 5. 3. 17:02
[문원식]안양의 문화정체성 확립을 위한 제언

성결대학교 교수, 행정학박사, 안양학연구소장


 

안양에서 공연문화가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들 때, 강한 문화적 흡인력을 가진 서울에 관중을 빼앗기기 때문이라고들 보통 말한다.
그리고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많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여 별다른 수고를 하지 않고도 높은 광고효과를 올리는 과천시와 군포시의 시민회관과는 달리, 계양빌딩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양문예회관의 입지상의 특성과 낮은 인지도를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문예회관은 ‘99년에 총 779회의 대관을 통하여 1억 7천 1백만원의 실적을 올려 전년대비 약 16.8 %의 초과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분석해 보면 음악이나 무용, 연극, 영화, 전시 등의 행사보다는 각종 교육과 강연회 및 기념식과 같은 일반행사에 539회나 대관하고 있어,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선도할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보다는 수익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안양시의 2000년도 문화예술 관련예산은 도서관 운영 및 문화센터건립에 약 27억의 예산이 증액되었기 때문에 ‘99년 대비 약 30억이 증가한 62억 5천 만원이다. 이 예산을 분석해 보면 시립합창단 운영에 11억 8천 만원, 석수도서관 운영 및 문화센터 건립에 27억 6천 만원, 문화원 등 문화시설 보수 및 설치에 7억 3천 만원, 문예회관 시설 현대화에 8억 2천 만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액 대비 약 90 %의 예산을 문화의 내용이나 질적인 측면보다는 외형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 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안양에는 보물 제 4 호인 ‘증초사지당간지주’를 비롯한 적지 않은 문화유산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재를 찾을 때 유물의 유래나 내력을 알려주는 설명이 불충분하고, 외국인을 위한 영문 해설도 없으며 또한 조사·연구도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문화재의 관리와 유지를 위하여 배정된 연간 예산이 1,870만원이란 사실은 문화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의 정도를 역설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별 문화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 연구성과도 분석·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안양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나 신문·잡지의 기사, 저술 등을 찾아내어 분야별로 정리하고, 자료목록도 작성하여 후학들을 위한 길잡이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안양에서 출토되었으나 각 대학 박물관 등에 흩어져 있는 안양관련 문화재의 현황도 파악하고, 박물관이나 향토사료실을 건립하였을 때를 대비하여 되찾아 올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 두자.
이와 같은 작업은 문화원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물에 의하여 문화사업이 관리되어지며 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따라줄 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안양예술제’나 ‘만안문화제’와 같은 행사도 시민들의 참여의 기회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여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폭넓은 홍보를 통하여 신도시 개발 이후 안양에 정착하여 아직 지역과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함으로써 지역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다채롭고 알찬 기획을 통하여 문화행사의 내실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시민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바람이나 평가도 수시로 조사하여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지표로 활용함으로써 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책임성과 대응성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도 적극 확보되어야 한다. 여성회관이나 문화센터, 청소년수련관, 야외공연장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항상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의 아마추어 공연과 전시회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때 안양의 문화저변은 확대되고 이를 토대로 보다 수준 높은 지역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들은 시 정부의 일관된 문화에 대한 애정과 지원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 일부에서 말해지는 지식기반국가는 지역이 문화적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탄생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지역이 세계화함으로 국가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지방의 세계화’인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논리에 밀려 문화에 대한 논의의 기회마저 변변히 갖지 못한 형편에, 안양시에서 시립도서관 장서기증운동을 전개하여 성공적인 결실을 맺는 것을 보고, 선진문화도시 안양을 욕심 내어 그려보았다. (www.hana.sungkyul.ac.kr/~wsm/)

2003-06-07 13:3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