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진기록/골목풍경

[20240523]안양 학의천 뽕나무와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

안양똑딱이 2024. 5. 23. 17:25

2024.05.22/ #도시기록 #안양 #뽕나무 #오디 #학의천/ 안양시가 치수대책을 이유로 하천변 나무를 대부분 베어내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린 뽕나무. 안양 학의천 생태 기록길에 보니 학의천 남단 흙길 대한교 다리옆에 몇그루가 살아 남았음을 발견했다. 여름이 깊어가면서 뽕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오디도 까맣게 익어가는 모습이 정겹다.

 

참고로 지난 여름에는 학의천 북쪽 제방 동안교옆에 뽕나무 2그루가 살아남았음을 발견했다. 

 

안양천과 학의천에 뽕나무가 많았던 배경에는 사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안양8동(현 명학공원)에 자리했던 경기도 잠업연구소와 인연으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안양 명학공원은 예전에 가축위생시험소로 불리웠다. 하지만 과거 부지의 절반은 경기도가축보건소(나중에 경기도가축위생시험소로 명칭 변경)였고, 절반은 경기도잠업검사소(현 안양8동사무소쪽)로 현재의 공원 중앙에 측백나무 10여그루(당초에는 매우 많았음)가 일열로 심어져 자라는 곳이 두 기관의 경계였다.

잠업검사소가 있던 곳(어린이놀이터)에는 뽕나무 대여섯 그루 정도가 남아 과거 경기도 일대의 누에고치 집하, 검사 등의 근거지였음을 보여주었는데 오디가 떨어져 바닥을 지저분하게하고 청소하기 힘들다며 2021년 무렵에 공원 관리자가 베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명학공원 뽕나무에서 떨어진 까맣게 잘익은 오디를 먹느라 입가와 손가락이 까맣게 물든 동네 꼬마들을 보면 과거 누에가 뽕잎을 먹으면서 내던 '사각사각' 소리가 들리는 듯 했었는데....


과거 안양은 1920-30년대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주최로 전국부녀자밤줍가대회가 열릴정도로 밤나무가 많았고, 1940-70년대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포도밭이 드넓었다. 안양에  잠업검사소가 있다보니 1950-60년대 당시 안양 주변 시흥군 대부분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누에를 치게되고 뽕잎이 필요해지니 뽕나무를 많이 심은듯하다.

 

뽕나무는 마을 뒷산과 집 마당뿐 아니라 개울가에도 많았다. 안양시가 히찬변 나무들을 베기전인 2021년 까지만 해도 안양천과 학의천변에 여름이면 검붉은 오디가 주렁두렁 매달린 뽕나무를 볼 수가 있었는데 아마 물난리가 나면 떠내려운 뽕나무들이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안양시가 치수대책을 이유로 2022년부터 수많은 뽕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렸다. 안양의 이야기꺼리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