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변한 설 명절 선물 변천사
설 명절에 선물을 통해 주고받는 감사의 마음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그 시대 국민의 경제상황과 생활풍경이 명절 선물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설날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조선 시대 설 그림인 ‘세화’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당시 도화서에서는 설이 되면,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악귀를 쫓아내기 위해서 부적 같은 역할을 하는 그림을 그려 임금께 올렸는데, 임금은 이를 신하에게 내려주었다고도 한다.
찢어지게 가난해 주린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시절에도 명절이 되면 밀가루 한포, 빨간 내복 한 벌 사들고 고향집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직접 기른 달걀과 귀한 설탕을 이웃·친지와 나누는가 하면 과자 선물 보따리 하나에 부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던 시대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설 선물에는 그때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시대상이 녹아있는 설 명절 선물 변천사를 살펴보자
◎1 900년 이전
조선시대에는 그림을 선물하거나 중국의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 1910~1950년
일제 강점기 & 한국전쟁 직후 물자가 부족하고 궁핍했던 시대, 가장 중요한 선물은 쌀과 밀가루같이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식량이었다. 이 밖에 인기가 있던 선물은 달걀과 생닭, 돼지고기였다. 지금과 같은 선물 상품이란 게 딱히 없었다.
◎ 1960년대
명절 선물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 한 것은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1960년대다. 밀가루, 설탕, 조미료 같은 서민 생필품이 가장 좋은 선물이었다. 특히 설탕은 시장마다 없어서 못 팔 인기품목이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1965년 최고의 인기 선물은 6㎏짜리 설탕 봉지였다고…. 이 밖에 라면, 통조림도 인기였다. 아동복, 빨간 내의 등 직물류와 함께 고무신도 잘 팔렸다. 선물구매 장소로 백화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백화점에서는 60년대부터 신문광고와 설날 카탈로그 등을 제작해 판촉행사를 벌였다.
◎ 1970년대 : 치약, 스타킹, 넥타이 등의 기호품으로 변화, 커피세트 인기
명절 ‘선물세트’가 처음 등장했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설 선물도 기호품으로 넘어갔다. 고도성장이 이뤄지면서 공산품이 대세가 됐다. 선물의 종류가 1천여 개로 늘어났다. 식용유, 치약, 와이셔츠, 피혁제품, 주류 등 생필품이 아니라 기호품으로 전환했다. 신발도 고무신에서 운동화로 바뀌었다. 성인에겐 조미료세트, 커피세트가 인기를 끌었으며, 어린이에겐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최고의 선물이었다. TV, 전자보온밥통, 전기밥솥 등도 고급선물이었다.
◎ 1980년대 : 백화점을 중심으로 갈비, 과일, 통조림 등 선물세트 등장
1980년대에는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고급 선물이 본격화되었다. 접대용 ‘명절 선물세트’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때로 갈비, 정육, 청과, 선어 등 신선식품세트가 등장했다. 특히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갈비가 최고의 인기선물이 됐다. 인삼, 꿀, 영지 등 건강식품도 이때 등장했다.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등 피혁제품과 같이 신변잡화가 새로 부상했으며 오리털파카 등 의류도 인기를 끌었다.
1984년 동원산업이 업계 최초로 참치캔 선물세트를 개발해서 판매했는데, 당시 30만 세트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88올림픽 이후에는 꿀, 인삼. 영지버섯 등 건강식품을 세트로 구성해 팔기 시작했다. 또 배달 서비스 등이 본격화되면서 백화점이 명절 선물을 구입하는 중 요 채널로 부상하기도 했다.
◎ 1990년대 :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실용적 선물 ‘상품권’ 급부상
소비의 양극화로 고가제품과 실용적인 중저가 선물세트로 나뉘었다. 과일, 인삼, 민속주 등 건강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양송이, 더덕 등 토속상품 이외에 고급 수입 양주 등 고가의 선물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10만원권 상품권과 문화상품권도 이때 처음 등장한다. 백화점 이외에 할인점이 급성장함에 따라 저가형 규격식품(참치, 햄, 조미료세트)이 주목을 받았다. 백화점 및 제화, 도서상품권이 등장하면서 개인이 선물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시대도 열렸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한 상품권은 개성을 중시 하는 X세대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IMF 이후에는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으로 한편에서는 중저가 생필품이, 다른 한편에서는 수백 만 원대 양주세트가 동시에 팔렸다.
◎ 2000년대 이후 : 설 선물에도 웰빙 바람, ‘맞춤형 선물’ 각광
고속 경제 성장의 후유증을 겪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부터는 웰빙 선물세트가 대세다. 와인, 올리브유, 홍삼 등 웰빙식품이 나 유기농 제품, 각종 건강기능식품의 인기가 치솟았으며, 1인 가구 증가로 소 용량 제품과 간편 조리 상품도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서 재테크를 위해 금융상품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또 백화점상품권, 주유상품권, 구두상품권이 가장 대중적인 선물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 2010년대 이후에는 선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면서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는 선물을 고르게 되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선물받은 상품을 다른 상품과 교환해주기 시작했으며 초고가 선물세트가 등장하고, 이색 식재료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에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위한 명절 세트가 나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팻펨(pet+family)족’이 늘었기 때문.
◎ 2020년대에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명절 선물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비대면’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고향 부모님도 ‘오지 않아도 된다’고들 했다. 가족과 친지를 만나지 않고 집에서 나홀로 명절을 보내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선물이 쏟아져 나왔다. 냉장·냉동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가 완판됐다. 대량으로 들어오는 선물을 ‘한우 4회, 과일 2회’식으로 나눠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구독권’을 백화점들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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