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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안양LG축구단’ 서울이전

안양똑딱이 2016. 5. 9. 16:02
[김대규]‘안양LG축구단’ 서울이전

[01/20 중부일보]


 

최근 프로축구계에 ‘서울’ 연고 프로구단의 창단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팀 영입이냐, 신생팀 창단이냐로 부심 하던 서울시는 일단 1월 26~28일 간에 창단의사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의향서를 접수, 1월 30일에 우선 협상 대상기업을 심사·선정하겠다는 공고를 했다.

공식입장을 표명하기 전에도, 서울 연고 신생구단은 250억원의 부담금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와 서울시가 각 100억원씩을 지원하고, 구단 측은 50억원만 자부담하는 호조건에다가, 상암구장의 전용과 1천만이 넘는 홈펜을 보유한다는 이점이 있어 당초에는 희망기업이 많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기존 구단들의 적자운영 상태나 최악에 이른 경제불황으로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자 서울시 측은 신생팀보다 기존팀 영입에 속셈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개 구단 가운데 연고지 이전에 가장 적극적인 팀이 안양의 ‘LG치타스’이다. 프로연맹이나 축구협회에서는 ‘이전불가’ 원칙을 공식화하고 있지만, LG구단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서울입성 의사를 밝혔었고 이번을 절호의 찬스로 판단, 물밑작업을 펼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 측이 장기적인 운영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프로구단 창단의향서 접수를 1월 15일자로 공고하면서, 1월 28일 마감, 1월 30일 선정이라는 상식 밖의 일정을 제시한 것은 신생팀 창단이 아니라 기존팀(LG치타스) 영입을 위한 요식 행위의 수순밟기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창단이 무산될 경우 기존팀의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안이다.

이 ‘공개된 비밀’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안양시민들이다. LG구단은 1984년 청주를 연고지로 프로리그에 참여, 1990년에는 SK, 일화팀과 함께 서울로 이전했다가, 1996년에 안양으로 재 이전한 후, 아디다스컵 준우승(1999), 정규리그 우승(2000), 슈퍼컵우승(2001), 정규리그 준우승(2001) 등의 실적을 올리면서 무수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LG구단의 이전설이 나올 때마다 안양시 측에서는 그 대책마련에 부심 했지만, 금번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 곧바로 ‘안양LG축구단 연고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대책위에 의하면 안양시는 과거 금성통신·금성전선이나, 현재의 LG종합연구소·LG파워·LG텔레콤·LG백화점(신축예정) 등 LG 주력기업의 소재지 연고뿐만 아니라, 축구 명문도시로서 시민들의 자부심, 어느 도시보다 공인된 자치단체장과 축구관계자들의 열정이 높았기에 LG치타스의 서울이전을 ‘사랑의 배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안양시민들은 서울시가 기존의 ‘서울시청 축구팀’은 해체하고 대구·대전·인천과 같이 ‘시민구단’을 창단·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좋은데도 굳이 기존팀을 빼간다는 것은 한국축구의 저변확대를 저해하는 중앙집권적인 우월감의 횡포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스포츠적인 순수성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비즈니스적인 영리성만을 추구하는 LG구단의 비도덕성에 분개, 이의 저지를 위한 다각적이고 전 시민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으로 전해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연고지 이전은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1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출석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차제에 연고이전에 따르는 배상금제도나 최소연한제(예컨대 20년 이상)와 같은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구단의 잦은 서울이전 문제에 대한 한 대책위원의 애증이 깃든 심경토로가 퍽 인상적이다. /시인

2004-02-06 0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