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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천재시인 기형도 미발표 시 3편 안양에서 발견

안양똑딱이 2017. 6. 20. 05:43

 

198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가로 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자 요절한 천재시인으로 불리우는 기형도(1960∼1989)가 신춘문예로 등단하기 3년 전인 1982년에 쓴 시 3편이 안양에서 잇따라 공개돼 화제다. 이 시들은 기형도가 안양에서 방위병 생활을 하면서 안양 수리문학회 동호인들과 자주 어울리던 1982년 기 시인이 술값을 내준 여성에게 써주었다는 연시다.

 

당신의 두 눈에 나지막한 등불이 켜지는
밤이면
그대여, 그것을
그리움이라 부르십시오
당신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람입니까, 눈(雪)입니까
아, 어쩌면 당신은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손을 내미십시오
저는 언제나 당신 배경에
손을 뻗치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읍니다.
                              1982,

 

지난 13일 기자 출신의 작가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 성우제씨의 블로그-캐나다에서 바라본 세상(http://bomnamoo0420.tistory.com/entry)에 '나는 기형도 형의 안양 친구들이 참 좋다' 제목의 글과 함께 기형도 시인의 미공개 시 한편이 공개됐다.
성우제씨의 형인 소설가 성석제는 기형우와 대학 동창으로 1982년 이전 하루가 멀다 하고 성석제 집에 놀러와 교분을 쌓았다.
이 시가 공개되자 기형도 시인과 안양 수리문학회에서 활동을 함께했던 박인옥(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장) 시인이 SNS(페이스북)를 통해 연시를 받은 여성이 쓴 글과 기형도 시인이 이 여성에게 써준 또다른 시 2편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그야말로 화제다.
박인옥 시인은 "이 시들은 기형도 시인이 안양에서 단기사병(방위병)으로 근무할 당시인 1982년, 수리문학회 멤버중 한명의 여동생에게 써준 것인데 그 여성은 이제 50대 중반의 평범한 주부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을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것을 전달받은 것으로 현재 광명시에 건립중인 기형도 문학관이 문을 열면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 시인은 근무지였던 안양에서 수리문학회 활동에 푹 빠져 있었다. 박인옥·홍순창·유재복 등 문우들과 함께 다방과 헌책방 등을 전전하며 습작하고 시낭송했다. 주점에서 모임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여성 회원 중 한 명이 술값을 대신 내주기도 했는데 기 시인은 감사의 뜻으로 즉석에서 연시를 선물했다고 한다.
성석제는 글에서 "그즈음 젊은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커피도 시키지 않은 채 다방에서 죽때리고, 선술집에서 외상 긋기는 다반사였다. 남자들은 모두가 빈털털이였던 반면, 여자들은 그래도 돈이 조금은 있었다. 남자들에 비해 씀씀이가 계획적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여자 회원들이 술값을 내주면 형도 형은 보답으로 연시인지 연서인지를 써주었다. 나중에 가지고 오면 돈을 값겠다고 했다던가, 돈이 될 거라 했다던가, 여튼 그랬다."고 밝혔다.
 1960년 음력 2월 16일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에서 태어난 기형도 시인은 5살이던 1964년부터 1989년까지 현재 광명시 소하동인 경기 시흥군 소하리에 살았다. 신림중학교와 중앙고등학교를 잇달아 수석으로 졸업한 기형도는 1979년 연세대학교 법정 계열에 입학한후 곧바로 ‘연세문학회’에서 문학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며 시작(詩作) 활동을 병행하다가 1989년 3월 7일 29세 때 서울 종로의 파고다극장에서 심야 영화를 관람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死因)은 뇌졸중.
그가 남긴 시 <엄마 걱정>, <안개>, <빈집> 등 많은 시 속에는 시인이 광명시에서 보낸 유년과 청년 시절의 시간이 담겨 있다. 그의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고, 스페인어로도 출판됐다.
한편 올 하반기 개관 예정인 기형도 문학관은 광명시가 29억원을 들여 소하동 산 144일대에 조성 중으로 지상 3층 규모의 문학관에는 기형도 시인의 시집, 육필원고 등 각종 자료가 전시되는 상설전시실을 비롯 각종 문학 행사가 열리는 기획전시실, 다목적 강당, 시민들이 함께 독서를 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소규모 독서공간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