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최병렬]안양에서 사라진 전통술 옥미주(玉米酒)

안양똑딱이 2018. 10. 20. 21:30

 

옥미주는 100여년동안 충북의 제천, 단양 지방의 관혼상제나 큰행사에 쓰이던 문씨종중주(文氏宗中酒)로 내려온 술로 일종의 동동주이다. 문씨 집안의 문재복씨에게 시집온 임송죽(옥미주 기능보유자)씨가 시어머니 황경분씨로 부터 제조 기법을 전수받아 그 명맥을 이었다.
전통주 양조기술을 현대에 재현하여 제조된 옥미주는 현대인의 건강에 좋은 현미를 주원료로 하여 옥수수, 현미,고구마, 엿기름 및 누룩, 효모를 사용하여 16일간에 걸쳐 만들어 진다. 담황색을 띄고 그윽한 향과 더불어 취기도 은근히 올라 서서히 깊게 취하게 하는 술로 알콜 농도는 11%이다.
제조방법은 현미 3kg을 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12시간 담가 두었다가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거칠게 빻는다. 그 다음 곡자 Ikg을 콩알 만하게 빻아 섞고 물 4리터 에 효모 20g 을 희석하여 깨끗한 도기에 붓고 혼합 한 것을 넣어 잘 젓는다. 이러한 공정을 거친 뒤 1차 당화가 진행되는데 이때 온도를 25도 - 3O도로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 뒤 고구마와 엿기름 등을 첨가하여 숙성시킨 주요를 자루에 넣어 짜내면 11도의 옥미주 30리터쯤이 얻어진다. 제조 시간은 술 빚기 시작한 때부터 150~170 시간쯤 걸린다.
자료에 의하면 일제시대 양곡관리법 및 주세법 등에 의한 밀주단속으로 전통 민속주 대부분이 맥이 끊겼지만 다행히도 옥미주는 문씨 집안의 일부가 경북 안동 산골로 이주하여 그 뿌리를 내려 단절되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90년 들어 전통문화발굴 및 관광문화개발 차원에서 전통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자 임송죽씨 차남과 둘째 며느리가 옥미주에 대한 제조 및 시판 면허신청을 하여 1990년 3월에 제조면허를 취득하고 그 해 4월에는 안양유원지 안에 옥미주 시음장을 열게 된다.
처음에는 옥미주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찾아온 고객들이 옥미주 시음장의 간판을 보고 동동주와 비교하기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며 시민들과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찾아오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옥미주'는 안양유원지에 한하여 제조 및 판매를 허가받아 유원지의 특산물로서 시민과 등산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유원지의 명물로 정착하는 듯 했으나 정부의 개발제한구역내의 제조업 억제책의 일환으로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880-3으로 공장을 옮기게 됐다.
다행히 2000년대 초반 안양시의 지역 특산물 찾기 시책에 의해 안양시장의 적극적인 ‘옥미주 마시기’ 운동에 힘입어 관내 음식점을 통해 옥미주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시는 옥미주를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 전통술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한때 강구하기도 했다.
이에 고급스러운 도자기 술병이 제작되고 포장도 산뜻하게 바뀌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 반면 낮은 도수로 인해 장기간 보존이 어려워 한때 도수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2000년 무렵 옥미주제조 공장을 시음장이 있던 안양예술공원으로 다시 옮기고 임종숙씨의 차남 문봉림씨가 후계자가 되어 옥미주 생산에 나섰으나 낮은 도수를 높은 도수로 높여 술을 고급화하는 문제 미해결 및 물이 바뀌면서 달라진 술 맛의 변화 등으로 인해 고객이 감소하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산되지 못하면서 판매가 급감하고 제조공장 또한 안양시의 안양예술공원 현대화 과정에서 매각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