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박달리 범고개 계곡에 있던 굿당 물당(물堂)
범고개 끝 집 윤호형네서 조금 더 올라가면, 그러니까 지금 쓰레기적환장 입구 건너편 산 쪽으로 작은 계곡이 형성되어 있었다.
애들 눈으로 계곡이지 어른 눈으로 봐도 계곡으로 보일까 싶은 '작은' 계곡에 어느날 시멘트 블럭으로 지은 집이 하나 들어 섰다. 집이라고 해봐야 한 쪽 벽이 애들 걸음으로 서너걸음 밖에 안되는 작고 좁은 집이었다.
모두 그 집을 물당이라고 불렀다.
까불까불하고 보고 싶은거 참지 못하는 친구들이 문틈으로 들여다보고는 귀신이 들었다. 무서운 할아버지가 있다 등등 머리칼이 솟는 얘기들을 했다.
등교길에 은근히 그 쪽을 넘겨다보면 사과나 배가 바위 틈 넓적한 곳에 올려져 있고 때로는 타다가 꺼진 초도 그대로 서있곤 하였다.
어느날 친구 둘이서 그 쪽에서 나오며 우물우물 입속에서 씹으며 쓱 입을 훔치기에 뭐 먹냐 했더니 그들은 그냥 머쓱하게 웃고 말았다.
아, 이것들이 뭘 먹고 그러는 거야?
며칠 뒤 혼자 학교에 가느라 고갯길을 오르는데 보니 물당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옳거니. 좀 들여다볼까 ?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눈을 부릅뜬 채 정면 벽에 붙어있고 그 앞 좁은 상에 젯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침이 꼴깍 넘어갔지만 차마 집어 먹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삼사년 세월이 지나면서 흰먼지 날리는 한길이 포장되었고 좀 넓어지면서 어느 틈엔가 물당은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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