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현마을을 나 나기 전부터 그리고 나 살때도 그리고 떠난 후에도 당분간 더 범고개라고 불렀는데
범고개에서 더푼물쪽으로 고개를 올라가다 보면 우측으로 작은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지금은 대략 쓰레기 선별장 정문 앞 쯤 되겠다.
한길(도로)에서 그 골짜기로 이십여미터 올라가면 작은 한칸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걸 "물당"이라고 불렀다.
문이 한길 쪽으로 나 있어서 가끔 문이 열려있으면 그 안이 보였는데 인상 고약한 귀신의 그림이 정면 벼름빡에 붙어 있고 그 앞 제법 큰 상에는 촛불과 사과 배 따위 제수가 늘어져 있었다.
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고 부랴부랴 범고개를 떠났기에 그 물당이 언제 없어졌는지 몰라도 지금은 어쨌거나 흔적도 없다.
계곡도 없어졌고 뽀얀 흙먼지 날리는 한길도 없어졌고 물당 앞을지날 때마다 들던 호기심과 두려움도 없어졌다.
그러나 요즘 손바닥에 부적을 써서 대중공포증을 이겨낸다는 자를 보며,
얼굴 사진과 손금 사진을 보내 주면 봐주겠다는 "앉은 무당(선 무당보다 고수?)" 꼴을 보노라면
자칫 주변에서 물당 같은 것을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밝고 온누리를 추구하는 자칭 진정한 보수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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