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안명균]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비극

안양똑딱이 2016. 5. 3. 16:48
[안명균]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비극

안양군포의왕 환경련 사무국장


 

작성일 : 2003/04/11

호계로 한자리에서 70년 세월을 지켜낸 버즘나무 20여그루를 군포시는 소리없이 베어내었다. 왜 그랬을까?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져 한가닥 여유로움을 선사하고 가을이면 고즈넉한 해거름을 만들어주지 않았던가. 그루터기는 혀를 잘렸다! 식목일 지나고 다시 그 자리에 가보았으나 그루터기 뿌리마저 뽑혀버렸다. 군포시는 지역과 시민의 재산에 대한 배려도 없이 아파트형 공장과 상가를 지으려는 시공자에게, 매끈한 합법성(?)으로 나무의 도살허가장을 교부한 처사다.

공사장의 도로진입로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그런 변명은 이미 궁색하고 초라하다. 군포시는 공공재산인 가로수를 훼손하기보다 살리는 방향으로 도로진입로를 만들도록 권고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로수를 살리기 위한 마음으로 제대로 한번 지역주민의 의견을 들어보려고나 했던가. 행정당국 제멋대로 베고 자르고 뽑아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70년을 군포와 함께 지낸 살붙이 거목에 대한 배려만 있었어도 그리 가차없이 벨 수 없는 일이며 지역공동체 정신을 묵과하고 해결사 노릇까지 해온 군포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고 또 묻는데 해결사들은 외면하고 있다. 차와 도로, 개발이기가 우선시되는 행정은 결코 시민의 쾌적한 삶과 환경에 대한 향유를 고려하지 않는다. 개발위주의 편향인 그들에게 바랄 무엇이 있는가.

도시엔 녹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무는 정서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도시내기 우리에게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늘을 제공하고, 변덕스런 도시 기온과 습도를 그나마 안정케 해준다. 물을 저장하는 녹색댐이며 땅을 메마르지 않도록 보호한다. 특히 공해가 심한 도로변 가로수는 아황산가스,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를 제공하지 않는가. 그 고마운 우리 이웃이 바로 70년을 함께 살아온 버즘나무들이다. 안타깝지만 우린 허파 한쪽을 도둑맞았고 환경은 핍폐했다!

나무는 쉽게 생산해서 버리고 재활용하는 플라스틱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70년 살아온 생명들이었고 우리 추억이 소중하게 투영된 이웃이었다. 70년생 나무들을 어디서 구해온다는 말인가. 이제부터 열심히 심어 몇십년 지나 녹음이 제법 갖춰진 때, 바로 그때 또 다시 부득불 개발이 필요하다 해서 베어버리는 황량한 우화를 반복할 것인가. 우리는 안양시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11월 까르푸 앞 도로확장과 교통체증 해소를 이유로 안양시가 70년생 가로수 30여 그루를 베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안양시민과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에, 안양시는 <우리안양>소식지에 공개사과와 함께 주변녹지 공간 확보,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며 사라진 중앙분리대를 대신할 50m의 가로수중앙분리대 설치를 약속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구차한 변명을 방패삼아 5년이 지나도록 중앙분리대 공사를 시작도 않고 있다. 분명 안양시가 <산업기자재 유통센타 앞 가로수 중앙분리대 조성 계획도>로써 약속을 했음에도.

이 사례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깨달음은 무엇인가. 행정당국의 사과는 물론이고 안양시처럼 ‘가로수 복원과과 가로수 못살게굴지 않기’라는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약속을 이행하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과 더불어 이러한 도시녹지와 가로수가 훼손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가로수조례>를 제정하여 그에 따르도록 합의도출을 이뤄야 한다. 그것도 주민자치의 정신에 합당하도록.

<아.낌.없.이.주.는.나.무>의 후회와 비극을 두번 다시 벌이지 말자. 그 나무만 보면 뜨겁던 청춘의 희열과 땀으로 아름답고 다시 어느때, 그 나무를 보면 하냥 기대고픈 친구였음을 깨닫는 그런 생명의 거리를 만들자.

2003-05-28 09:5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