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땅, 울통불퉁한이야기 전시 협력기확자
《Flat Land, Versatile People》은 안양을 기반으로 한 로컬 리서치 프로젝트 전시로 김귤이, 노태호, 송유경, 허호 네 명의 작가가 회화, 영상, 설치와 같은 방식으로 안양을 재조명한다. 협력기획자로서 안양 리서치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왜 우리는 안양을 기록하고 이야기해야 할까?'라는 핵심 물음 안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안양은 3살 때 이사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도시이고, 28년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거시적으로는 안양을 다층적이고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변화가 아니라 잘 구현된 대도시의 표본이 되는 평평한 땅으로 만드는 것 처럼 느껴졌다. 전시는 이처럼 평평해 보이는 안양을 다시금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수도권 남부에 자리한 '도시 1'이 아니라 '이야깃거리가 많은 안양'으로 만들고자 한다.
세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 다시 말해 울퉁불퉁했던 포인트는 '밤'이다. 안양 포도가 특산물로 자리잡기 이전에 밤이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이 곳은 1920-30년대 밤 줍기 대회가 열릴 정도로 밤 생산의 명산이었다. 밤 줍기 대회가 열리면 당시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던 여성들이 이를 명분삼아 나들이를 나오기도 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한 밤의 역사를 밀어내고 자리잡은 포도는 일제 강점기 '오끼', '야스에'와 같은 일본 영농인들이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묘목을 가져다 재배하며 시작되었다. 1940 년대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안양 포도는 1950년대 본격 판매되었다고 한다.
밤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지역이 평평해지기 이전의 기점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만일 밤이 계속 명맥을 이어 왔다면 안양의 마스코트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전시장에는 밤 모양을 형상화한 캡슐이 있다. 이 안에는 최병렬 선생님의 안양에 대해 다년간 수집한 다층적인 기록들이 담겨있다. 캡슐 속 문구를 선정하는 동안. 안양을 기록하고 이야기 해야한다는 처음의 목표점이 이제는 '안양에서 어떻게 울퉁불퉁해질 것인가?'라는 물음표로 변하게 되었다.
곧 안양에서 지낸 지 30 년이 되어간다. 28년 정도 된 거주기간은 안양에 잠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안양은 '집이 있는 곳' 정도였다. 그렇기에 안양의 울퉁불퉁한 이야기들과 함께 성장하면서도 그 변화에 담긴 가치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어찌보면 이러한 태도는 안양을 더 평평하게 느끼는데 일조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안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은 안양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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