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재선]장내동성당의 종소리

안양똑딱이 2016. 5. 3. 17:07
[이재선]장내동성당의 종소리

[03/06/13]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


 

아련한 유년시절,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일깨워 주던 종소리는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시골 학교 교무실 처마 끝에 매어달린 작은 종소리였다.

또 해마다 한해가 저무는 마지막날엔 송구영신을 기원하는 제야의 종소리 또한 한해를 달려온 우리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종소리이기도 하다. 우리 안양에도 하루에 세 번씩 지난 50년을 하루도 어김없이 우리들의 마음을 일깨워 주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종소리가 쉬임없이 울리고 있다.

50년전 안양이 허허벌판이었던 그시절. 고요한 안양, 빌딩이 없고 소음이 없던 그때 그 시절. 우주를 넘어 공간을 가르고 가슴을 파고들던 장내동성당(현,중앙성당)종소리는 멀리 떨어진 물왕리 공소까지 울려퍼졌고, 그 종소릴 듣고 공소의 교우들은 삼종기도를 바쳤다고 하니, 50년의 종소리는 안양의 살아있는 역사요 또한 진기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시계가 귀하던 그때는 새벽6시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아침을 준비하고, 낮 12시 종소리를 듣고 점심을 먹어야할 시간을 알았고, 저녁 6시에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하루가 저물었음을 알게하는 시계역할까지 해온 귀한 종소리 였다고 한다

33번의 타종 하루3번 울리는 종소리는 예수님께서 지상에 머무르신 33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님비현상이 극심하고 이기주의가 난무하여 무슨 무슨 시위와 집회들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온통 도시가 시끄럽건만 어지러운 도심속에서 울리는 중앙성당 50년의 종소리에는 어느 누구 한사람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를 하는 이가 없다고 하니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안양시민의 모습인지 모른다.

아니 어쩜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시간, 가슴까지 파고드는 종소릴 들으며 믿는이나 안믿는이나 신앙이 있는이나 없는이나 모두의 마음은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이 땅위에 영원한 평화가 함께 하기를…. 어수선한 정치가 안정되고 어두운 경제가 살아나고 흔들리는 교육이 바로서고…. 그래서 땀흘려 노력하는 서민들이 가슴펴고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되고 일치를 이루는 속에 화합하는 시민 되기를….

그래서 온 국민이 신바람 나는 삶을 살아갈수 있기를 염원하며 진정 가슴속으로 저마다 조용히 두손을 모으는지도 모른다.

지난 50년을 쉬지않고 울려온 종소리.
그 종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것은 그 속이 비었기 때문 이란다.
오욕과 편견으로 가득찬 우리들의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워내어 멀리 멀리까지 은은히 울려퍼지는 종소리처럼 우리도 비워진 마음으로 사랑의 향기를 멀리멀리 전하며 살아 갈수 있기를 기원하며 오늘도 나는 소리없이 두손을 모아본다.

2003-06-13 18:5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