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한삼희]시민을 부자로 만든 안양천

안양똑딱이 2016. 5. 9. 16:35
[한삼희]시민을 부자로 만든 안양천



 

10년만에 오염도 낮아져 … 수질 좋아져 집값 상승

환경에 값을 매겨 보자는 연구가 근래에 많다. 깨끗한 물이나 맑은 공기 등에 화폐가치를 부여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89년에 알래스카에서 발생했던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의 기름유출 사고 때 전문가들은 생태 피해액을 28억달러로 계산했다.

설문조사 기법을 사용한 계산이었다. 이 수치가 재판에서 공방을 빚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까지 참여한 패널에서 검토한 후 “근거 있는 수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가치를 계량화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환경의 중요성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종래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환경자산의 가치를 숫자화해 표현해준다면 정책결정자나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갯벌의 생태가치를 계산해서 간척사업으로 만드는 농경지의 가치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환경경제학자들의 시도가 그런 예다.

국내 전문가들에게 한 번쯤 계산을 권하고 싶은 소재가 안양천이다. 안양천은 국내 최악의 오염 하천이었다. 꼭 20년 전인 1984년의 안양천 중류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으로 193 이었다. 하얀 종이를 물 속 10㎝만 집어넣어도 보이지 않을 오염도다. 그 안양천의 오염도가 지난해엔 6.3 을 기록했다. 한강 본류와 비슷하고 어지간한 저수지보다 깨끗한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해답은 투자였다. 우선 2002년에 하수처리장이 새로 하나 더 생겨 두 곳이 됐다. 하루 30만t 처리용량인데 1400억원이 들었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물을 자외선으로 한 번 더 소독한 후 상류로 끌어올리는 관망과 펌프 시설도 만들어졌다. 하천 유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국내 두 번째인 이 시설에는 얼추 100억원이 들었다.

그 밖에도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안양천으로 끌어들였고, 둔치 지하의 자갈 창고로 물을 거치게 해서 오염을 없애는 시설도 만들었다. 이런 투자가 지난 몇 년 새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안양천은 수도권 도시 하천 중 가장 깨끗한 하천으로 탈바꿈했다.

그 덕에 안양천엔 이제 16종이나 되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버들치까지 나타났고 한강의 참게가 상류까지 올라왔다. 안양대교 부근에선 팔뚝만한 잉어를 잡겠다고 낚시꾼들이 진 치는 광경도 보게 됐다.

상류의 학의천에선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여름부터는 어린이들이 멱을 감았다. 앞으로도 500억원을 더 들여 다른 구간에도 친수(親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하류에선 지난 겨울 2300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서울대 이우신 교수팀이 처음 조사를 시작했던 1999년의 철새 개체수는 46마리였다. 안양시는 조류 생태공원까지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돈으로 따진다면 도대체 얼마에 해당할까? 안양시민은 60만명이고, 유역인구는 14개 지자체에 총 340만명이다. 도랑이나 다름 없던 하천이 애들 손 잡고 산책 나갈 만한 샛강으로 변한 것을 얼마의 값으로 쳐줄 수 있을 것인가? 이걸 화폐가치로 계산한 후 ‘투자 효율성’을 따져본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같은 조건의 호수 양편의 주택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오로지 수질 차이로만 20%의 격차를 보였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안양천변의 주민들은 안양천이 깨끗해진 만큼 마음도 부자가 됐지만 돈도 벌었을 것이다. 주택의 자산가치가 그만큼 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자가 세금을 잘 쓰면, 시민이 부자가 된다.

2004-04-01 18: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