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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바위에 새겨진 천년의 울림 마애종

안양똑딱이 2017. 3. 20. 00:16

 

1천년 전 한 이름없는 석공이 거대한 암벽에 종을 치는 스님을 새겨 넣으면서 꿈꿨던 安養世界, 마애종 속 스님이 종을 치며 간절히 소망했던 '오로지 기쁨과 평화만이 있든 세상'. 천년 세월 잠자고 있던 마애종을 다시금 깨워 종을 울릴 수 있을까.
 
2008년 11월 12일 오후 2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양 마애종의 학술적·예술적 가치와 국가문화재 승격'을 주제로 개최된 '제3회 안양세계 마애종 문화포럼'에서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일한 마애종이 국가문화재로 승격돼야 마땅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안양군포의왕지부(회장 임종순)와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위원장 황평우)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포럼에 참여한 8명의 문화재 전문가들은 발제와 토론을 통해 "국내 유일의 마애종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보아 마땅히 국가문화재로 승격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에 힘써야 한다"며 뜻이 같이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학술포럼은 현재 지방문화재(경기도 유형문화제 제92호)로 머물러 있는 '安養 석수동 마애종'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내유일의 '마애종'을 현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여 그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박상국 원장(한국문화유산연구원)은 "안양 마애종은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선조들이 안양세계(安養世界)를 건설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청사진이다"고 새롭게 해석하며 마애종을 '안양의 종'으로 안양시 상징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안양의 마애종, 국가문화재로 승격 한 목소리
안양세계 마애종 문화포럼 "문화유적으로 가치가 있다"
 
이어 범종 전문가로 발제에 나선 최응천 교수(동국대 미술사학과)는 "현존하는 삼국시대 범종이 전무하고, 통일신라 것도 극소수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마애종의 문화사적 가치는 대단히 높다"며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보호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통일 신라의 범종양식과 고려 초기의 범종 양식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으며 종을 치는 당목 역시 지금껏 확인되지 못한 고대의 당목을 재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교수는 "고려시대 남성 신장의 평균치(162.62cm)를 토대로 종의 크기를 역으로 환산하였을 경우 마애종은 2M 내외의 범종을 묘사한 것"이라고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곽동해 교수(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는 "마애종에 보호각을 설치한 이후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아 볼 길이 없다. 보호각을 철거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마애불은 우리나라와 인도 및 중국 등지에도 사례가 많지만, 마애종은 세계에서 유일한 문화유적으로서 대단히 가치가 높아 국가문화재로 지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안양마애종의 희귀성을 높게 평가했다.
 
마애종, 중초사(中初寺) 및 안양사(安養寺)와 연관 조사해야
 
발제에 이어 정우택 교수(동국대)의 사회로 진행된 문화재 전문가들의 토론에서는 흥선스님(직지사 성보박물관장), 황평우 위원장(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임영애 교수(경주대 문화재학부), 박명주 위원장(마애종 포럼) 등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토론자들은 마애종의 조성연대와 인근에 있었던 중초사(中初寺) 및 안양사(安養寺)와 연계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 놓으며 구체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마애종에서 불과 150여 떨어진 곳에는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통일신라시대 흥덕왕때 건립됐던 중초사(中初寺) 터가 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성년대(造成年代) 명문이 새겨진 보물 제4호 '당간지주(幢竿支柱)'와 삼층석탑'이 고색창연하게 서있다.
 
특히 이 터는 예전부터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 고려태조 왕건이 창건했다는 안양사(寺) 터일 것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1950년대 (주)유유 안양공장 건설당시 유적조사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청동용두와 사자향로발 등 유물들이 발굴된 바 있기도 하다.
 
‘안양(安養)’ 지명의 유래가 된 ‘안양사(安養寺)’는 '동국여지승람'의 금천불우조(衿川佛宇條)를 비롯 '신증 동국여지승람' 등 역사기록을 통해 '승려 천명이 불사를 올렸다'는 기록으로 옛 안양사의 규모까지 짐작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위치는 알 수 없다.
 
"경이로움과 감탄 그러나 보호각을 씌우면서 슬픔을 느꼈다"
 
황평우 위원장(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은 "마애종을 통해서 세 번 놀랐다. 처음과 두 번째는 경이로움과 감탄사였지만 세 번째는 보호각을 씌우면서 훼손이 시작된 슬픈 마애종의 모습이었다"고 말하고 "국가문화재 신청 주체인 안양시가 적극적으로 국가문화재로 승격시켜 제 대접을 해야 한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던졌다.
 
박명주 위원장(안양세계마애종문화포럼)은 "마애종을 국가문화재로 승격시키는 활동과 더불어 새로운 민족문화의 상징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향후 '마애종 평화재단'을 설립하여 '평화와 영성의 가치'를 확대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안양에는 천주교 최경환 성인과 독립운동가 원태우 지사 등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이 있다"면서 "이들의 흔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발굴∙조명하고, 마애종의 평화사상과 연계하여 안양의 정신으로 알리는 활동을 병행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마애종의 국가문화재 승격운동을 추진해 온 안양민예총 임종순 회장은 "오늘 포럼을 계기로 안양시를 비롯 문화원, 불교계가 함께 동참했으면 싶다. 12월 4일 후속활동으로 진행할 마애종 주제 문화정책토론회에서 좋은 뜻을 모아낼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1천년전 한 석공이 거대한 암벽에 종을 치는 스님을 새겨 넣으면서 꿈꿨던 안양세계(安養世界). 마애종 속 스님이 종을 치며 간절히 소망했을 '기쁨과 평화만이 있든 세상'을 희망하는 바람이 국가 문화재 승격을 계기로 마음으로 울려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안양세계 마애종 문화포럼'은 1000년 세월의 유무형의 문화재를 연계한 안양민예총만의 문화적 상상력의 결과물로서 안양(安養)이란 지명이 뜻하는 '극락정토, 자유로운 이상향의 세계'와 종(鐘)이 상징하는 평화적 가치를 결합하여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됐다.
 
이에 2004년에는 '21세기 문명의 전환과 영성문화, 그리고 마애종', 2005년에는 포럼과 더불어 '안양세계 종 축제'를 통해 마애종의 화두를 던져 지역신문(안양시민신문/ 2006.1.6)에서는 '安養世界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2006년 신년좌담회를 개최한바 있다.

 

 

 


[ 천년 세월 바위속에 잠들어 있는 마애종 ]
 
마애종은 암벽을 비교적 고르게 다듬은 다음 낮게 음각과 양각을 활용하여 조각하였다.(암벽 535×505cm) 그리고 안양시 전체를 바라보도록 하였다. 바위 면에 범종을 조각한 것은 유일한 것으로 범종 연구뿐만 아니라 장인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단국대학교 매장문화재연구소, 『안양시의 역사와 문화유적』, 2001, p. 174.
 
안양 마애종(磨崖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승려가 범종을 치는 장면'이 거대한 바위에 사방 3m 크기로 새겨진 암각화로 현재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2호로 등재되어 있다.
 
관련 문헌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새겨진 문양과 종을 걸어놓은 한옥건축의 결구방식을 통해 신라 말에서 고려초의 것으로 추정하는 마애종은 당시 석수쟁이가 혼란과 전쟁의 後삼국시대 절망에 빠진 민중들의 '평화세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낸 듯 하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범종 좌측으로 기둥 앞쪽에 서있는 승려의 모습이다.(僧侶像승려상 높이 102cm, 머리 높이 19cm, 머리 너비 20cm) 승려는 길다란 법의를 걸치고, 두 손으로 종을 치기 위한 형상을 하고 손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打鐘具타종구를 들고 있다.
 
마애종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바로 앞에 있는 중초사(유유 안양공장 부지) 또는 안양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쨌든 이 마애종은 불교문화사적으로도 독특하고, 미술사적으로도 보기 드물며, 그 속에 담겨진 의미 등이 주목되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安養이란 도시의 지명 또한 '극락정토의 세계·오로지 즐거움만 있는 자유로운 이상향'이란 뜻을 지니고 있어 마애종과 깊이 연계됨을 짐작케 한다. '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늘의 진리를 전하는 신구(神具)로서 '평화와 자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석수동 마애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문화재이다. 다시 말해 독특하기도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창조적인 유산으로 오래전에 이러한 전무후무한 마애종이 조각되었다는 것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창출지로서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