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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안양천.학의천변에 쌓인 솜털 버드나무 꽃가루

안양똑딱이 2023. 4. 24. 15:44

2023.04.23/ #도시기록 #꽃가루 #솜털 #학의천 #안양천/ 하천 산책로를 걷다보면 솜털같은 하얀 꽃가루들을 보게된다. 대부분 천변에심어진 버드나무에서 날라온 것들이다. 버드나무는 물이 있는 곳이면 씨앗이 날아와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룬다. 씨앗은 버들강아지가 익으면 겉에 솜털이 생긴다. 이것이 씨앗과 함께 바람을 타고 날아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게 된다. 봄철에 대량으로 날아다니는 버드나무 솜털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는 ‘충매화(蟲媒花)’나 버드나무는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주범은 참나무·소나무처럼 바람을 타고 짝을 맺는 ‘풍매화(風媒花)’라고 한다.

 

[유진상 환경칼럼] 버드나무

  • 기자명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04.19 22:14
  • 수정 2022.04.20 09:12

버드나무는 전국 하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자생 버드나무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중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능수버들, 왕버들, 갯버들, 키버들을 꼽을 수 있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밑으로 처지지만 길게 늘어지지 않고, 가지를 잡아당기면 쉽게 떨어진다. 반면, 능수버들은 가지가 늘어지고, 당겨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 왕버들은 이파리 모양이 타원형이고, 새로운 잎은 붉은색을 띤다.

개울가에 무리를 지어 자라는 갯버들은 잎이 어긋나는 반면, 키버들은 마주난다. 버드나무는 우리 고유종(種) 외에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이 있다. 버드나무 종은 주로 물가에서 자라지만, 산과 들에서도 볼 수 있다. 도심의 공원이나 강변, 천변 산책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은 수양(垂楊)버들이다. 원산지가 중국으로 수양산 근처에 많다고 해서 수양버들이 되었다고 한다. 수양대군 이름에서 왔다는 설도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자로 수(垂:드리우다)와 양(楊:버드나무)을 쓰는데 늘어진(드리워진) 버드나무로 풀이된다. 따라서 수양버들이라고 하면 ‘역전앞’처럼 버드나무가 중복된 이름이다. 어쨌든 수양버들은 ‘수직으로 가지를 늘어뜨리는 나무’라는 뜻을 가졌다.

일반 버드나무는 수양버들만큼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진 않는다. 버드나무는 물이 있는 곳이면 씨앗이 날아와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룬다. 씨앗은 버들강아지가 익으면 겉에 솜털이 생긴다. 이것이 씨앗과 함께 바람을 타고 날아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게 된다. 봄철에 대량으로 날아다니는 버드나무 솜털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버드나무 가운데 국내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왕버들이다. 왕버들은 보호수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있다. 경북 청송의 주산지와 성주군 경산리 성밖숲의 왕버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산지 왕버들은 보호수로, 성주 성밖숲 왕버들은 천연기념 제403호로 지정돼 있다. 또한 경북 청도와 청송의 털왕버들과 전북 김제 봉남면의 왕버들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버드나무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약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유럽에서 버드나무 껍질은 2,000년 전부터 통증 완화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버드나무의 진통제 성분이 밝혀진 것은 19세기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진통 성분을 추출해 ‘살리신’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살리신을 개량해 진통 효과가 더 뛰어난 ‘살리실산’을 만들게 됐다. 하지만 이 약은 너무 쓰고 위장을 자극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약효는 유지되면서 먹기에 편한 ‘아세틸살리실산’을 만들게 되는데 바로 ‘아스피린’이었다. 아스피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이 되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이용해서 만든 약이다. 1897년 바이엘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독일인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아버지의 신경통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고안한 약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버드나무가 진통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찍이 약용으로 활용해왔다. 동의보감에는 버드나무를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하면 치통이 낫는다고 기록돼 있다. 고대 중국에서도 치통이 있을 때 작은 버드나무 가지로 이 사이를 문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제약회사 가운데 하나인 ㈜유한양행. 이 회사의 마크는 버드나무이다. 이 회사 건물과 대표 약품으로 꼽히는 ‘안티프라민’ 뚜껑에는 지금도 버드나무가 상징처럼 새겨져 있다. 한결같은 버드나무 사랑이다.

 

중국은 요즘 버드나무 꽃가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베이징 거리를 비롯, 호수까지 버드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이징 시내에는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가 28만 그루나 있다고 한다. 베이징 도심은 봄철 황사를 막기 위해 1970년대 대대적인 녹화 사업을 벌였다. 이때 빨리 자라는 버드나무와 미루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꽃가루 문제까지 염두에 두지 못했을 터. 50여 년이 됐지만 매년 이맘때면 꽃가루와 전쟁을 벌인다. 하지만 꽃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름 성분이 있는 꽃가루는 피부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심지어 화재를 일으키는 불쏘시개 역할도 한다. 차량 틈새로 날아든 꽃가루에 불씨가 옮겨붙어 폭발한 사례도 있다. 중국 당국은 해마다 경험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호흡기 환자들에겐 고통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중반, 꽃가루 때문에 서울시내 버드나무 가로수 2만여 그루를 뽑아낸 적이 있다. 1975년 당시 신문에는 ‘1962년부터 버드나무가 속성수라는 이유로 가로수로 심기 시작해 12년 동안 녹번동을 비롯, 불광동·갈현동·진관동 등 통일로에 이어지는 간선도로변과 강변도로·공항도로 등에 2만여 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꽃가루(개화기 4∼5월)가 많고, 독성이 심해 결국 뽑아버리기로 결정했다. 가로수는 버드나무 대신 은행나무로 대체하기로 해 서울시가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기사가 게재됐다. 은행나무도 냄새 때문에 푸대접 받는 처지에 놓였지만….

우리나라도 곧 꽃가루가 날릴 시기이다. 버드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 참나무, 플라타너스에서도 꽃가루가 날린다. 꽃가루는 호흡기와 안과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드나무는 물고기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새들의 안식처도 제공한다. 냇가의 물을 정화하고, 사람에게도 더위를 식히는 그늘과 목재를 제공하는 등 쓰임새가 많은 나무이다. 봄철 꽃가루가 인체에 해롭다고, 버드나무를 전부 베어낼 수 없다. 각자 조심해서 꽃가루 공습 시기를 잘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득 버드나무 숲이 울창한 한강 하구 장항습지에 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 jsr792@hanmail.net

출처 : 열린뉴스통신(https://www.onew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