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개에서 더푼물까지 가는 고갯길에는 양쪽으로 개나리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면 길가가 아주 샛노랗게 꽃장식이 되었었다.
그 개나리숲이 끝나는 무렵, 그러니까 고갯길 정상 무렵 왼쪽으로 더푼물을 들어가는 샛길이 있는데 그 샛길 입구에 어린시절 애들 눈에 제법 큰 향나무가 있었고 그 향나무 아래 작은 옹달샘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 때니 물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아서 고갯길을 오르며 지쳤을 때는 그 물을 마시기도 하였다.
어느날 나보다 두살 적은 고종사촌 지훈이가 학교 운동장에서 내게로 달려왔다.
"형. 더푼물 샘가에서.... 어떤 아저씨가 머리 두개 달린 뱀 잡았다..."
"어, 그래?"
그런 뱀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가까운데서 그런 뱀을 잡았다니 호기심이 들었다.
그 날 방과 후 집에 오면서 그 샘 주변을 휘휘 둘러 보았으나 머리 두개 달린 뱀의 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등골에 소름만 쫙 지나갔다.
그 뒤로 나는 그 샘의 물을 마시지 못했고 남들 마시는 것도 말렸고 차들이 많이 다니면서 시나브로 먼지가 쌓이더니 샘은 그냥 말라 없어졌다.
글쓴이 임희택(맑은한울)님은
안양시 박달동 범고개에서 태어난 1963년생 안양토박이로 안서초, 안양동중(신성중), 신성고, 한양대(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양시민권리찾기운동본부 대표 등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고 맑은한울 별칭의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며 사회복지사로, 맑고 밝고 온누리를 추구하는 자칭 진정한 보수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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