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김수섭]아크로타워가 남긴 것

안양똑딱이 2016. 7. 2. 16:58
[김수섭]아크로타워가 남긴 것

[2007/07/13]변호사
아크로타워가 남긴 것

아크로타워에 거주하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배정금지가처분이 1심법원에서는 받아들여졌다가, 2심에서는 기각되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동안초등학교에서 달안초등학교로 옮겨가게 되었다.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날지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하여 고심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첫 출발은 안양시 교육청의 무능함이라고 본다.
아크로타워의 분양계약 체결부터 입주까지 몇 년의 시간이 있었다. 분양업자들은 입주하려는 주민들에게 안양시에서 명문(?) 초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평촌초등학교, 범계초등학교에 배정될 것이라는 과대광고를 하면서 입주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 단계에서 학교배정에 대한 원칙이 정해졌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도 입주를 1년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비로소 이 두 학교는 과밀학급이어서 적당하지 않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뒤늦게 동안초등학교를 대안으로 검토하게 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 단계에서도 확고한 결정이 내려졌으면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안양시 역시 아크로타워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대인상담을 실시하고 통계조사를 하여 정확한 취학대상 아동을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였는데도, 주민등록등본만으로 파악하여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잘못이 있다.

다음으로 이기주의와 집단주의를 들 수 있다. 합리적인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보다는 아크로타워 입주민들은 시위·집회를 선택하였고, 아크로타워 입주학생들이 들어오는 경우 평촌중학교가 과밀학급이 되어 다른 학교로 배정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자 동안초등학교 관내의 주민들이 아파트부녀회를 중심으로 시위와 집회를 조직하였다.

잘못된 행정이 주민간의 대립을 가져온 것이다. 이 사건은 반드시 판결로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양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상처가 작은 방향을 선택할 시간은 남아 있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장 약자가 누구이며, 그들이 가장 최소한도의 상처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아크로타워 입주 학부모들은 분양업자들의 과대광고에 속았고, 아이들은 학교를 옮겨 적응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또한 소송비용이나 재판을 위한 준비로 충분한 고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양쪽이 양보안으로 아크로타워 주민들은 상고심에 계류 중인 상고를 취하 또는 포기하고, 안양교육청은 동안초등학교를 원하여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취학아동에 한하여 동안초등학교로 배정하는 용단을 내렸으면 한다.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서는 이번 여름방학 중에 이러한 대타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07-13 20: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