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8/ #도시기록 #안양 #왕개미제국/ 그 많던 게미들이 잘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정원 정문쪽 소나무 밑둥에서 나무 꼭대기를 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개미들을 볼 수 있다. 수년전 정원에 소독약을 뿌려 개미들이 몰살된 이후 땅속의 주본거지를 옮긴듯한 왕개미제국. 다들 어디로 갔을까 전문가들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안양6동 옛 검역원 정원이 개미 초군체임을 처음으로 확인한 이는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책을 낸 분으로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이자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로 활동하고 계시는 최재천 박사다. 최 박사는 2017년 무렵 국립생태원에 전시할 열대개미 검역 문제로 축산검역본부를 찾았다가 휴식 중 정원에서 범상치 않는 개미떼를 발견, 국립생태원 생태진화연구부 연구팀에 정밀조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검역원 본관앞 정원 벚나무와 버드나무 아래에 본거지를 둔 개미 種의 개체수가 자그만치 1천만 마리는 되는 초군체超群體(supercolony)로서, 7천여 제곱이나 되는 면적의 정원이 그들의 서식지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개미 제국 가운데에는 제일 집단으로 그아먈로 가대한 왕개미제국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으로 거대한 개미 서식지가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적어도 50년 전에 결혼비행을 마치고 정착한 한마리의 여왕개미로부터 출발한 한 가족일 가능성이 크며, 2만~3만 마리 규모로 알려진 왕개미들이 일반 군체 크기의 수백배인 1천만 마리 이상의 초군체로 형성돼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왕개미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미 120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몸길이가 최대 15㎜에 이르며 인가 주변과 공원, 산지의 건조한 풀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개미제국이 크게 번성하여 개미 인구 1천만의 초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주변에 말벌이나 다른 이종 개미군단이 없는 지리적 이점이 있었던 것 같고 서식지 공간에는 오래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이 나무들에서 기생하는 개미 먹이인 털진딧물이 많아 식량 문제도 어렵잖게 해결되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한 언론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정원은 서식하는 개미 군체의 규모가 거대할 뿐 아니라 개미들이 마치 화단 경계석을 고속도로로 이용하는 것처럼 경계석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교육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며 “이곳의 개미 군체들을 잘 보존한다면 전체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그대로 보여주는, 우리나라는 물론 국외에서도 보기 힘든 생태 교육·전시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 생태원의 개미 연구팀과 개미학자 장용준 연구원의 연구로 국내에서 발견된 개미 군락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 왕개미 군락 역시 여러 작은 소왕국들이 연합해 만들어진 개미제국인 게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공간을 매입한 안양시가 왕개미 제국이 자리한 정원을 최대한 보전하고 검역원 옛 본관 건물을 개미 생태 체험관으로 활용한다면 멋진 수도권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흥미로운 볼거리와 함께 생태 교육을 위해 찾아오는 안양만이 가질수 있는 톡특한 컨텐츠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한편 최재천 박사의 글에 의하면 이곳에 사는 개미는 그동안 일본왕개미로 불렸다. 아마 일제강점기에 국제학회에 등재했을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하지만 탁월한 개미학자 장용준 선생께서 고려대 석사 논문에서 그보다 선행된 이름이 왕개미였다는 사실을 문헌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이 땅에서 제일 흔한 개미 중의 하나를 번번이 일본이라는 명칭을 붙여 불러야 하는 굴욕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 쾌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본왕개미라 부르거나 쓰지말고 말고 우리나라 왕개미라 부르고 왕개미라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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