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이태무]안양시외버스터미널… 어느때나 시민의 발이 되려나?

안양똑딱이 2016. 7. 17. 16:42
[이태무]안양시외버스터미널… 어느때나 시민의 발이 되려나?

[2008/03/28 안양시민신문]집필위원·편집위원

 

안양시외버스터미널… 어느때나 시민의 발이 되려나?

외지 사람들이 안양에 들어와서 첫발을 내딛는 곳이 바로 안양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안양의 관문이자 안양과 첫 인연의 시작이 되는 곳이다.

사실 타 지역에 갔을 때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이 기차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의 풍경과 주변인심이다. 교통과 정보기술이 발달되어 공간거리가 좁아지는 오늘날, 외지인에게 비춰지는 우리 안양의 첫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1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겨울 새벽녘에, 안양역 건너편 시외버스 주정차장에서 태안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사람들이 굳게 닫힌 버스 문 앞에서 새벽 찬바람 속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난방시설은 물론 편의시설 하나 없이 의자 몇 개 덩그러니 놓인 작은 공간에 의지해 사람들은 추위에 떨며 출발 시각 10분 전에야 도착한 버스 기사를 2~30여분동안 기다려야 했다.

#2 며칠을 계속 신호대기 중에 자꾸 시동이 꺼져 다시 시동키를 돌리고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 승객들은 불안해했다. 급기야 이번 겨울에 가장 춥다는 날에 버스는 고장이 나 버렸다. 출근시간이 급한 승객들은 화를 내기보다는 추운 날에 버스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기사를 보며 안쓰러워했다.

#3 2007학기를 안양에서 시골의 모 초등학교로 출퇴근했던 여선생님 두 분은 승차권에 대한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해 상당한 액수를 연말정산에 반영 못해 세금감면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외형상 초라한 승차권 발급 사무실에서 언감생심 말도 꺼내보지 못한 것이다.

#4 아내가 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하자 좀체 거동을 안 하시던 장인어른이 올라오셨다. 공기가 답답하다고 도착하자마자 내려가는 차 시간부터 챙기시는 어른의 성화에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를 했지만 전화는 받지 않고, 벨소리조차 시끄러웠던 듯 간혹 수화기만 들었다가 바로 끊어버렸다.

#5 지난 여름이었다. 청주에 급한 볼일이 생겨 허겁지겁 차 시간에 맞춰 왕궁예식장 앞 시외버스 승강장에 갔더니, 아뿔싸 안양역 앞에서 타야 된단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부리나케 뛰어갔지만 불과 수분 전에 버스는 출발한 후였다. 출발지를 미리 챙기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지만 망가진 비즈니스 때문에 분을 참기 힘들었다.

안양에는 변변한 시외버스터미널이 없다. 냉난방시설도 없는 간이시설에서 몇 사람만이 눈·비를 간신히 피할 조악한 시설뿐, 여름에는 찜통더위를, 겨울에는 칼바람을 감수해야 한다.

친절한 전화안내는 고사하고, 홈페이지도 없어 정보를 얻기 힘들뿐더러 물 한 모금 먹을 수도 없고, 화장실 시설도 없어 이용객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중앙로에 있는 버스 정거장은 차량의 흐름을 가로막아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있으며, 오후 9시 이후에 안양역 로터리에 있는 주·정차장에는 1번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주차장으로 변해버려 또 다른 시빗거리로 비화되고 있다. 더욱이 제대로 된 정비시설도 없어 언제라도 참화를 부를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1989년부터 계획되었던 안양 시외버스터미널은 20여 년이 다 가도록 계획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안양시의 안일하고 무능한 행정력과 일관성 없는 도시계획, 주먹구구식 행정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안양시외버스 터미널. 과연 언제쯤 첫 삽을 뜨겠는가?

2008-03-28 18: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