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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22명의 여성노동자가 숨진 안양 '그린힐' 화재

안양똑딱이 2017. 3. 2. 17:59

 

22명의 여성노동자가 화재로 숨진 그린힐 봉제공장

1988년 3월 25일 안양시 비산1동 그린힐 봉제공장(비산종합상가 빌딩 3층)에서 화재가 났다. 일에 지쳐 기숙사에서 곤히 잠을 자던 소녀 스물 두 명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간 비국적인 사건이었다. 화재 원인은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불법 기숙사 운영과 무허가 공장을 숨기기 위해 출입문에 쌓아놓은 제품이 인화성 물질 역할을 했다. 하나밖에 없는 출입문에는 철재 셔터로 닫혀있고, 지상으로 연결된 화장실 창문에는 쇠창살이 달려있어 불 속에서 소녀들은 살기 위해 화장실에서 몸부림치다가 켜켜이 쌓여 타 죽고 만다.
당시 여성 노동자 28명중 22명이 화재로 사망했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3.7평의 방에서 5~8명씩 새우잠을 자면서 이을 했는데 폭력배들이 들어올지 모른다면서 쇠창살을 내리고 밖에서 문을 잠구고 아침에 경비원이 쇠문을 따주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  더구나 계단에는 인화성 물질이 강한 케시미론 섬유들이 쌓여 있었고 여성 노동자들은 세면장의 환풍구를 통해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그 밑에서 질식해 죽었다. 남은 생존자는 회사에서 치료를 방치하다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다니다 병원에 버리고 달아났다. 당시 숨진 여성들은 대부분 낮에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인근 야간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등 부지런히 생활해와 주변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쇠창살 속 기숙사에서 죽어간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아픈 기억은 '내 친구는 천사병동에 있다', '똥 싼 할머니' 등의 많은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옥수 작가의 소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작품은 안양 그린힐 섬유 봉제 공장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가 이옥수는 이 사건으로 인해 죽은 소녀 스물 두 명은 어른들의 돈벌이 욕심 때문이라 여겨, 이에 울분하였다. 그리고 곧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이라는 제목으로 17세의 순박한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연필을 들었다.

또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2010)에서 박찬경 감독의 첫 장편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제작의 단초를 제공하며 안양 시민들의 일상과 그들을 담고 있는 도시의 근대사를 넘나들며 현재와 과거를 새롭게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안양이라는 도시는 80년대 중반 대학에 다닐 때 여공들이 밀집해있던 도시로 기억된다. 안양이 큰 도시가 된 것은 6,70년대 여공들의 경공업 단지 덕분이다. 그 중 88올림픽 시절 그린힐 화재 사건이 여러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는데 잊혀져 있었고 다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1년 12월 11일 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박찬경 영화감독 시네토크
 
감독 박찬경은 2010년 3월부터 석수동 사무실에서 지역주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연구하며 함께 만들었다. 8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총 118분으로 제작된 영화는 전문 배우 4명 외 모든 출연진이 안양시민이다. 박 감독은 그린힐 화재사건이 있던 안양을 여공들의 도시로 추억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안양에 살고 있는 여성에 주목한다. 안양이라는 도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잊혀진 이야기들을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뒤섞인 독특한 형식 속에 담아냈다. 이 영화는 ‘2011 로테르담 영화제 Bright Future’ 부문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mbc 방송  http://imnews.imbc.com/news/history/1988/1807861_134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