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송무호]전진상 복지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안양똑딱이 2016. 7. 11. 16:14
[송무호]전진상 복지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2007/12/22]안양희망연대 상임대표

전진상 복지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안양 ‘전(全)진(眞)상(尙) 복지관’ 폐관에 반대합니다

저는 ‘전진상’에 대한 소식을 듣고 전진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잘 알기 위하여 전진상에서 발간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따르면 안양전진상은 당시 수원교구 주교님이었던 윤공희 대주교님께서 당시 안양 장래동성당(현재 중앙성당) 정원진 루가신부님의 청을 기꺼이 받아들서 설립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 특히 근로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사목의 소박한 소망을 기꺼이 받아들이시고 그 실천을 AFI(국제 가톨릭 형제회)라는 평신도 단체에게 과감하게 위임해 주셨습니다. 안양전진상의 실제적 설립과 운영은 서정림 말가리다 선생님과 한성인 벨타 등을 위시한 AFI들의 하느님의 사랑을 현세에서 실천하려는 헌신적 희생과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다고 합니다.

또한 저는 이 책을 통하여 오늘날 안양전진상이 있기까지에는 수많은 국내외의 후원자와 봉사자가 있어서 가능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설립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는 땅에 회관 건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 말가리다 선생님은 수많은 국내외 후원자들에게 밤낮없이 애절한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의 애절한 편지 속에는 당시 가난과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고통받는 어린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절절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서 이에 감응한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와 독일 미세레올이라는 단체에서 당시 회관설립 비용의 전부를 후원하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전진상의 정체성과 향후 나아갈 바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안양전진상은 1969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근40년 동안 이 땅의 열악한 노동자와 여러 이유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약자들에게 역사한 하느님의 축복과 증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안양전진상은 한국천주교가 이 땅에 ‘하느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적 형제애가 어떠한 것인가를 실천으로 가장 잘 현시하여준 기념비적 장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양 전진상의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폐간조처에 반대합니다. 아직도 ‘전진상’의 폐관 사유와 향후 이용 계획에 대해서 AFI들이나 천주교 수원교구로부터 명백한 설명이 없는 상태입니다. 안양전진상은 AFI들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전적으로 자아를 포기하며(전희생, 全犧牲),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진실한 사랑을 하며(진애인, 眞愛人), 일상 속에서 늘 감사하고 기뻐하는 삶을 실천하며(상희락, 尙喜樂) 무려 40년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맺어 온 역사적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아무런 공론도 없이 종이로 써 붙인 폐관공고만으로 어느 날 갑자기 폐관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관계를 벗어나서 성립할 수 없고 또한 관계 속에서만이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전진상 폐관 등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관계자들 사이에 최소한의 논의와 합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설립자 서 말가리다 선생님은 “중요한 것은 기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며, 이 회관의 진정한 주인은 노동자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또, ”우리 회관은 크리스챤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복음적 삶을 함께 나누는 곳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서 말가리다 선생의 이러한 깊은 뜻이 논의과정에서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저희 안양 시민사회의 소망을 천주교 수원교구와 AFI님들에게 삼가 아룁니다. 안양 ‘전진상’ 이 온전히 보존되기를 소망합니다. 안양 ‘전진상’에서 그간 40년에 있어 왔던 제반 활동은 그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다 아니할 수 없는 어머니로서의 교회가 보여주어야 하는 사랑이요, 그리스도적 형제애의 생생한 증표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이 땅에는 60-70년대의 노동자와 양태는 다르지만 그 고통의 본질을 같이하는 비정규직노동자와, 이주근로자가 나날이 그 수를 더해가고 있고,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심화로 대변되고 있는 인간소외가 나날이 그 극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열악하고, 매몰하기만 한 노동현실은 어린 근로자들과 복음적 삶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전진상’ 설립 당시의 이 땅의 현실과 오늘의 현실이 결코 그 본질에 있어 다르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전진상의 활동은 기성교회가 채 손을 대지 못하는 일을 찾아내어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실천해 왔으며, 이러한 일은 결코 멈추거나 축소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하느님의 도우심 속에서 더욱더 활발하게 펼쳐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은 더욱 풍성해 가고 있는데 반하여 인간들의 정신은 더욱 더 빈곤해지고, 황폐화되어만 가고 있습니다. 성전은 점차 높아져 가고 번성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오히려 세상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며 더욱 거짓되고 사악해져 가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물질만을 우상 숭배하듯 섬기고 있습니다. 안양전진상의 존재의 절실함을 더욱 깨닫게 되는 까닭입니다.

다시 한번 호소드립니다만, ‘안양 전진상복지관’은 저와 같은 비신자에게도 불현듯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며, 저희 안양과 인근 지역사람들에게 그리 흔치 않는 보배와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안양 시민 중 일부의 뜻을 대표하여 다시 한번 안양 ‘전진상’이 온전히 보존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07-12-22 2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