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얘기/담론

[남길우]수리산 산신제를 보며

안양똑딱이 2016. 7. 17. 17:04
[남길우]수리산 산신제를 보며

[2008/08/18 기호일보]군포시 문화체육과장

 

수리산 산신제를 보며
남길우 군포시 문화체육과장

찬연한 문화적 전통과 수려한 자연이 조화를 이룬 수리산 자락의 군포시는 풍요로운 대지와 인자한 산봉우리가 시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보듬어 안은 쾌적한 도시로 한반도 중앙 서부지역의 번영과 안정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의 중핵도시로서 선사시대부터 인류역사를 함께 했으며, 수리산과 안양천 등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 군포시에는 수리산 산신제를 비롯해 금정마을 도당제, 느티울 괴곡제, 용호마을 산신제, 덕고개 군웅제 등 다양한 산신제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이들 산신제는 군포시가 지원하고, 군포문화원의 각 산신제 회원들이 계를 조직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중 수리산 산신제는 수리산과 군포를 대표해 지내지는 제의행사로 시민의 안녕과 화합발전을 기원하는 전통마을 축제로서 산신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수리산 산신제는 고려 중엽부터 지내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수리산의 최고봉인 태을봉의 산신에게 제를 지내는 것으로 매년 음력 정월과 칠월 두 차례로 제일 3~4일 전에 초하루나 초이틀 중에 택일하며, 혹 부정이 생기면 다음달로 연기해 역시 같은 식으로 길일을 택해 금기를 엄하게 지킨 후에 주민들이 공동으로 추렴한 제물로 제를 지내왔다.

올해 첫 행사는 지난 2월 수리산에 위치하고 있는 당에서 열렸으며, 두 번째 행사는 얼마전인 8월 1일에 열렸다.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소를 잡는 일로 오전에 소를 잡아 보존회원들이 고기를 나누어 갖고, 소머리와 내장, 고기 일부를 삶아 그것으로 제를 지내는 제물로 삼는다. 소는 잘 생긴 황소로 고르는데 뿔도 잘 나야하고 몸의 균형도 잘 잡힌 것으로 선택한다. 제상에는 황소머리가 올라가 있었고, 소머리는 둘로 나눠서 삶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금기를 엄하게 지키고 제를 지냈다고 하지만 시대가 변한 탓인지 요즈음 산신제를 지내는 분위기는 그다지 엄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양복 위에 격식을 갖추기 위해 입은 옥색 두루마기, 검은 두건과 흰색 양말이 산신제 분위기를 돋울 뿐이다. 제사는 의복을 갖춘 제관들이 나란히 서서 절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됐고, 축문관이 고즈넉한 목소리로 축문을 읽자 분위기는 서서히 고조된다. 제관과 집사가 그 곁에서 종이를 태우는데 종이를 삼켜 버리는 불꽃이 가볍게 공중으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어느 새 흔적 없이 사라지고, 축문을 읽는 소리만 여름 무더위를 떨치듯 수리산의 정적을 가볍게 흔들 따름이다. 산신제를 지낸 다음에는 제물을 바닥으로 내려 연이어 잡신들을 위한 제를 지낸다. 잡신이란 산신을 보좌하는 귀신으로 그들에게도 제사음식을 나눠야 한다고 여겨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 민속놀이는 1986년 발굴된 후 주민이 수리산 산신제 보존위원회를 조직해 전수활동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군포시의 전통 민속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수리산 산신제를 비롯한 이 같은 행사가 고작 100여 명의 회원들의 의지와 노고로 보존·전승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시민의 안녕과 화합발전을 기원하는 전통마을 축제인 산신제가 단순히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의 정신을 곧 청소년 문화의 새로운 문화의식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통은 옛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문화는 그 실체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문화가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늘의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며,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의 절실한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 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세기가 물질문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신문화의 시대이며 우리 민족의 역량이 축적된 전통문화가 제자리 잡는 시대가 되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현대 산업화 사회의 병리현상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 고유의 기질과 진솔한 삶이 담겨있는 전통문화가 생활문화 속에 뿌리 내릴 수 있는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되며, 이는 우리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008-08-19 19:10:20